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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연애하지 않을 권리 - 엘리 본문

책 - 독후감

2권. 연애하지 않을 권리 - 엘리

념굿JONYONG 2019. 5. 30. 11:32

연애하지 않을 권리 - 엘리 / 출판사 카시오페아

 

 우리는 누군가의 애인이 되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표지 문구부터 끌려서 산 책이었다. 애인 없다고 하면 우리는 주변에서 얼마나 많은 잔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난 과거에 애인이 있었을 때 더 이상 애인을 만들어라, 왜 연애를 하지 않느냐 라는 잔소리를 듣지 않아서가 연애할 때에 장점 중 하나였다. 이것이 왜 장점으로 생각돼야 하는지 의문이다. 주변에서 애인을 만들라고 걱정과 안타까움의 눈길만 보내지 않는다면 장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쓸데없는 생각인데 말이다. 왜 사회는 로맨스와 연관 지어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

 

 '여자 경험 없음'이 남자들 사이에선 '모자란 놈' 취급을 당하는 놀림거리지만 '남자 경험 없음'은 '천연기념물', '희귀상품' 취급을 받는 아이러니가 동시에 벌어진다. 57p

이 책에서는 요즘 인터넷상에서 말하는 '띵문'(명문)들이 많았다. 너무 많아서 간추려서 줄을 쳐놨는데 그중 하나는 저 문구였다. 흔히 하는 동성 간이나 이성 간의 대화에서 많이 나오는 주제다. 여자, 남자 경험이 있는지 묻는 그런 게 반응은 성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사지 멀쩡한 남자가 여자 경험이 없다고 하면 그저 모자란 놈, 덜 떨어지는 놈이지만, 여자가 남자 경험이 없다고 하면 정숙을 지킨 천연기념물일 뿐이다. 여기에서 여자의 남자경험은 그저 남성들에게 상품의 가치 판단하는 기준인 것이다. 이것은 그저 남성들이 여자들을 상품으로만 보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단지 성별이 다르다고 남성들은 여자 경험을 맛봐야 진정한 남자이고 여자는 남자 경험을 맛보면 정숙, 순정을 잃고 가치가 하락하는 상품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마 아직도 대부분의 여성들은 가부장제의 불합리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그저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들 모두가 갑자기 가부장제를 거부하기 시작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점점 소수라도 깨어나야 한다. 지금 젊은 사람들 대부분은 분명 가부장제에 대해 안 좋은 시선을 가지고 있다. 가부장제 속에서 살아가는 대다수는 우리들의 어머니이거나, 할머니 들일 것이다. 몇십 년이 넘게 이렇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갑자기 가부장제 사회를 나오라고 한다고 바로 박차고 나오진 못한다. 그러니 젊은 세대라도 그 뿌리를 끊어내고 가부장제를 거부하며 이런 운영시스템에 반기를 든다면 점차 그 운동이 퍼져 기성세대에게까지 퍼져나갈 거라 믿는다. 그렇다면 여성의 노동력이란 무엇인가, 가부장제 속에서의 여성의 노동력은 책에서 말한 '돌봄'이라고 생각한다. 이 '돌봄'은 그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라는 게 아닌 여성이 '남'들을 더 살피고 배려해왔다는 것이다. 여기서 '남'은 당연히 가부장들이었다. 이 '돌봄'의 대상을 가부장에서 벗어난다면 가부장제는 점차 파괴가 되지 않을까.

 

 

연애하지 않을 권리 - 엘리 81페이지

 여성들은 얼마나 자신을 검열하는가? 걷다가도 거울을 마주치면 옷매무새나 머리를 다듬기 바쁘고 거울을 아예 소지하고 다니면서 수시로 거울을 들여다본다. 심지어는 여기저기 걸려있는 광고들 속엔 누가 봐도 예쁜 연예인들이 즐비하고, 살을 빼야 한다, 성형을 해야 한다, 잔소리만 해대는 문구들 뿐이다. 이러니 자신을 계속 평가하고 점수를 매긴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의 주체적인 삶은 과연 포함되어 있을까? 전혀 아니다. 오늘의 내 모습을 검열하는 모습은 그저 심사위원들인 타인들이 날 몇 점을 줄까 하며 조마조마하게 시험대 위에선 나일뿐이다. 나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다 저 배심원들이 어떡하면 나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줄까 전전긍긍일 뿐이다. 도대체 그 높은 점수는 나에게 무슨 득이 되는 걸까? 내가 보기엔 그저 점수를 주려는 배심원들의 불쾌한 시선들만 오갈 뿐이다.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다) 흔히 들어봤을 것이다. 남성들이 여자들이 여자들을 질투해서 일을 그르치거나, 여자들끼리 품평하며 깎아내리거나 할 때 쓰는 말이다. 하지만 남성들도 다분히 서로를 질투하고 깎아내리는 것도 자주 있고, 심지어는 서열질 하나는 제일 잘한다. 근데 왜 '남적남'이라는 말은 흔히들 쓰지 않는 걸까? 당연하다. 남성들에게 이득이 되는 게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뿌리 깊은 가부장제에 영향으로 남성들을 평가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여성들이 '남적남'이라는 프레임을 만들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거다. 하지만 남성들은 여성들을 품평하기 바빴는데 '여적여'라는 프레임으로 가만히 앉아있어도 자기들끼리 서로 비교하면서 외적인 모습을 가꾸기 바쁜데 이 '여적여'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고로 우리는 자신을 깎아내리는 게 여자일지라도 '여적여'라는 생각보단 그 사람 자체에 문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 같은 화장은 여성들을 더 예쁘고 더 생기 있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이게 과연 특권인가? 그저 여성들을 괴롭히는 과제 같은 건 아닐까? 화장이 권리를 주는가? 만약 이것이 정말 특권을 부여한다면 남성들도 너도나도 화장에 목매달아야 할 텐데 오히려 화장한 남성들을 욕하기 바쁘다. 권력을 주는 화장은 왜 여성들에게만 강제 적용되는가? 만약 권력을 준다면 그건 무슨 권력일까? 그저 남성들의 관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왜 남성들이 잠 오분 더 자거나, 신문, 주식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아침 일찍부터 화장이라는 노동을 해야 할까? 그 노동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가만히 생각해 보야한다. 도대체 화장이 여성들에게 주는 이로움이 뭐가 있는가, 그냥 자기만족으로 하는 주체적인 꾸밈? 그저 예뻐지는 나를 보고 좋아하는 것뿐이다. 예뻐진다는 것은 또 앞서 말한 배심원들에게 심사를 받기 위함인 것이다. 여성들은 더군다나 화장으로 소비하는 습관도 무시할 수 없다. 남성들은 화장품을 소비하지 않을 때 더 실용적인 것에 소비하거나 저축을 한다. 여성들은 그저 심사에서 점수를 더 높게 받기 위해 화장품을 사들인다. 이는 여성들의 자본적인 면에서는 권력을 오히려 빼앗는 것이다. 이를 깨닫고 주체적인 꾸밈보다 나를 주체적으로 바꿔보는 게 어떨까.

 

 

 

 남성들이 여성들을 사랑하며 아껴주고 지켜준다고 하지만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성폭행, 데이트 폭력, 강간살인으로 볼 때 오히려 여성 혐오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여성들이 자신이 받아왔던 차별과, 혐오에 대해서 얘기할 때 일부 남성들은 지지해주기는 커녕 페미니즘이란 사상을 검열하며 욕하기 바쁘다. 이것이 여성들을 사랑한다는 남성들이 할 짓인가? 남성들은 여성들이 당하는 혐오, 차별을 겪어보지 못했다. 당연히 공감할 수 없을 것이고 그저 유난 떤다 말한다. 오히려 자신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지 말라고 떠들기 바쁘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사람들은 대부분 잠재적범죄자로 여겨진다. 순찰을 도는 경찰들이며, 거리에 있는 씨씨티비, 아이들에게 낯선 어른을 조심하라고 말하는것또한 다들 잠재적범죄자로 느끼고 조심하는 것이다. 근데 그 대상이 남성들이 되었다고 해서 이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그냥 남성들이 여성들의 얘기를 듣기 싫다고 우기는 것과 같다. 

 

 

 가끔 남자 친구의 능력을 자신의 능력인 것처럼 우쭐해하는 여성들이 있다. 이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영락없이 그 연애속엔 자신이 주체가 아니라 남자친구의 능력에 얽매여 있는 나 자신만 있을 뿐이다. 남자친구의 능력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본연의 능력을 키워 정체성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꿈을 나의 남자 친구, 남편, 아들에게 이입시키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이 이뤄나가야 한다. 여성들도 권력을 쟁취해야 한다. 소확행이 아니라 대확행을 꿈꿔야 한다.

 

사람은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꼭 남자 친구, 남편, 아들일 필요는 없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어머니, 나의 절친한 친구, 반려동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쪽만이 극단적으로 주는 사랑이 아닌 서로를 돌보는 사랑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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